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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확인 계좌 발급 조건 마련될까…특금법 시행령에 관심

    • 리얼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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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31 11:34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시중은행과 실명확인 계좌 발급에 대한 재계약을 속속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특금법 시행령에서 실명확인 계좌 발급에 대한 조건이 마련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최근 농협은행과 실명확인 계좌 발급 재계약을 체결했다. 빗썸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농협은행과 6개월 단위로 실사를 통한 재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코인원도 농협은행과 재계약을 최근 완료했다. 코인원도 2018년 1월부터 농협은행과 계약을 맺고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고 있다. 코빗도 기존 파트너사인 신한은행과 지난달 25일 재계약을 마쳤다.

반면에 업비트는 기존 파트너사인 IBK기업은행 대신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손잡고 신규 투자자를 대상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2018년 초 신규 회원 유입이 차단된지 2년 6개월 만이다.


왜 4대 거래소에만 실명계좌 발급하나?

이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가 시중은행과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게 된 것은 지난 2018년 초 정부의 암호화폐 대책 발표 이후부터다.

정부는 2017년 말 암호화폐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실명제를 실시하고, 기존 가상계좌를 통한 거래는 차단했다. 또 시중은행을 통해 신규 투자자의 실명계좌 발급을 막았다. 시장에 신규 투자자 유입을 차단해 투기 열풍을 잠재우려는 조치였다.

이후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이른바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는 시중은행과의 계약을 통해 실명계좌 발급 대상 자격을 유지했다. 나머지 후발 거래소는 시중은행과의 계약 실패로 법인계좌를 통한 거래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는 방침에 따라 6개월 단위로 은행 실사를 통한 재계약을 맺고 있다. 정부가 직접 암호화폐 거래소를 감독하는 대신 시중은행을 통해 관리에 나선 것이다.

은행은 거래소 실사를 통해 △이상거래 탐지 및 제어 프로세스, △사고예방대책, △콜드월렛 운영 등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리스크를 확인하고 계좌를 발급하게 된다. 만약 거래소에 금융사고가 생길 경우, 해당 거래소에 계좌를 발급한 은행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은행 입장에서는 관리가 비교적 수월한 일부 대형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중소 거래소와의 계약을 통해 리스크를 자처해서 높일 이유가 없는 셈이다. 정부가 현재와 같은 암호화폐 정책 기조를 취하는 이상 은행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은행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특금법이 암호화폐 시장 판도 바꾼다

다만 변수가 아직 남아 있다.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내년 3월 시행되면 암호화폐 업계에는 또 한번의 지각변동이 펼쳐질 전망이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반드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하고 금융기관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VASP에 해당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FIU에 신고하기 위해서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해야 하고,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업비트 등 국내 4대 대형 거래소의 경우 기존에 발급받고 있는 실명확인 계좌와 함께 ISMS 인증 획득을 무리없이 진행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규모가 작고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은 중소 거래소들은 합법적인 운영을 위한 FIU 신고 자체가 거대한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FIU 신고 조건인 실명계좌 발급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FIU 신고와 실명계좌 발급의 선후 관계가 바뀌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국내 법률 전문가는 "FIU가 신고를 받아주면 은행이 이를 토대로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는 게 아니라, 은행이 실명계좌를 발급하면 FIU가 신고를 수리하는 기형적인 형태"라며 "당연히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어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곧 마련될 특금법 시행령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이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적어도 FIU 신고를 위한 기준, 특히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거래소가 수백여 곳으로 추산되지만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거래소가 자금을 투입해 특금법 준비를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대로라면 특금법 준비가 어려운 대부분의 거래소는 운영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토큰포스트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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