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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폭락 원인과 향후 전망

    • 장인수 기자
    • |
    • 입력 2019-09-27 22:06
    • |
    • 수정 2019-09-27 22:10

세계 최대 마진거래소 비트맥스의 마진콜 청산
선물거래소 백트에 대한 실망
국제회계기준 IFRS의 해석

[리얼타임즈 = 장인수 기자] 지난 6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자본의 암호화폐 매수와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계획 등 호재에 힘입어 1600만원까지 급등한 바 있던 비트코인이 비트코인이 하루 새 10% 이상 하락하며 8579달러에 거래되고 있고 대다수 암호화폐도 15% 이상 주저앉았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일제히 폭락하면서 국내 가상화폐 관련주도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시가총액도 덩달아 휘청거리고 있다.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현재 267조원 규모로 전일(306조원)보다 39조원 이상 하락했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전일(210조원)보다 23조원 하락한 187조원이다.

지금까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이번 폭락 배경에 대하여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25일 비트코인 가격은 상당히 급격한 움직임을 보였다. 4시간 동안 16% 넘게 가격이 떨어졌는데, 불과 15분 만에 8% 가량의 하락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렇게 급락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기록적인 가격 하락의 이유로는 첫 번째로 암호화폐 선물 거래소 비트멕스(BitMex)의 마진콜과 그에 따른 계약 청산(자동반대매매)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마진콜이란 선물계약의 예치증거금이나 펀드의 투자원금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하라는 요구를 말한다. 증거금이 모자랄 경우 증거금의 부족분을 보전하라는 전화(Call)를 받는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투자자들뿐 아니라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도 마진 콜을 받을 수 있다.

마진콜이 걸리게 되면 투자자는 신속히 증거금을 채워야 계약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수익률이 떨어져 펀드들이 마진 콜을 당할 때는 증거금을 보전해야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마진 콜이 발생하면 반드시 디레버리지(de-leverage) 현상으로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산 회수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과 유동성 확보로 인한 유동성 경색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진 콜에 응하지 못할 경우 거래소는 자동반대매매(청산)를 통해 거래계약 관계를 종결시킨다. 이날 세계 최대 선물거래양을 기록하고 있는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트맥스에서 마진콜이 발생했고 이것이 비트코인 폭락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보도기사가 줄을 이었다.

단기적으로 선물 가격이 급변동하면서 현물 가격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기간동안 청산된 선물 포지션은 5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비트멕스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선물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비트멕스의 선물 거래는 비트코인 기반으로 이뤄진다. 비트코인이 있어야 선물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상당량의 비트코인이 거래소를 들고난다. 특이한 것은, 비트코인 입금은 아무때나 가능하지만, 비트코인 출금은 고객들의 요청을 모아뒀다가 세계표준시(UTC) 기준 13시 정각부터 한꺼번에 처리한다는 점이다. 입금은 분산되어 있는데 출금은 특정 시간에 집중되어 있는 구조다.

세계표준시 기준 13시 정각부터는 거래소로 들어오는 비트코인의 양보다 빠져나가는 비트코인의 양이 기본적으로 많아지며 일시적으로 거래소 내부의 비트코인 유통량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비트코인의 입출금 흐름이 크게 차이날수록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폭락이 있었던 25일 13시부터 15시 사이에 약 5만개의 비트코인이 이 비트멕스를 빠져나갔다. 같은 시간동안 거래소로 들어온 비트코인은 3062개 정도에 불과했다.

비트코인 폭락 두 번째 이유로는 세계 최대 거래소 그룹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의 백트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 ICE는 지난 23일(현지시각)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 백트를 출시했다. 백트는 출범 이전부터 출시나 연기 소식만으로도 비트코인 가격을 오르내리게 하는 등 투자자들 관심을 받아왔다. 백트는 그동안 암호화폐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지만, 정작 서비스가 출시된 현재 비트코인(BTC) 가격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백트 출시 소식에 BTC 가격이 반등하고 출시 연기 소식에 가격이 급락하던 시장과는 사뭇 다르다.

아직 기관투자자들이 유입되지 않은 탓에, 백트 거래로 인해 BTC 가격이 오르기 바라는 것은 시기상조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출시와 동시에 백트 거래량이 많이 나올 수는 없으며, BTC 가격도 바로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조셉 영(Joseph young)은 트위터를 통해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 출시 첫날, 거래량은 기대만큼 터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서비스 출시 이후 24시간 동안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은 71 BTC였다. 전문 트레이더인 라케쉬 우패드히에(Rakesh Upadhyay)는 코인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BTC 가격이 지난 몇 주간 박스권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선물 거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백트에 대한 기대감도 이번에는 BTC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잇따른 출시 연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백트는 출시 예정 소식을 알린 지난해 말부터 미국 정부 셧다운,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의 논의 등으로 선물 거래 출시를 수차례 연기해왔다. 이에 백트 출시 예정 소식이나 연기 소식에 조금씩 반응해오던 BTC 가격은 진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는 잠잠해졌다.


이러한 현상으로 첫 날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김빠진 콜라'가 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첫 1시간 동안 계약 건수는 5건에 불과했다고 전해졌다. 크립토 브리핑에 따르면 첫날 전체 규모도 71건 수준이었다. 기관투자자들 진입도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케쉬 우패드히에 전문 트레이더는 코인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비트코인이 지난 몇 주간 박스권을 횡보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선물거래를 서두를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선물 거래는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이끌어 시장을 키울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23일(미국시간) 서비스를 개시한 백트는 첫날 선물 거래량이 71비트코인(약 8억원)에 그쳤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상황이다.

세 번째의 이유로는 암호화폐를 유형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국제기구의 결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는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회의를 갖은 뒤 “암호화폐는 현금도 아니고 금융자산도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암호화폐를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다. 매매와 거래가 가능하지만, 고정적이고 확인 가능한 자산으로 값을 매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해석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회계기준 수립에 밑바탕이 된다.

이러한 내용은 한국회계기준원과 금융감독원에 의해 9월23일 국내에 알려졌다. 이번 암호화폐 시세 하락은 그 이틀 뒤에 일어났다.

무형자산은 영업권이나 특허권 같은 비화폐성 자산을 뜻한다. 즉 무형자산으로 분류된 암호화폐는 은행 예금이나 주식, 채권, 보험 등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없다. 무형자산은 안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을 만들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제도권 진입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 형체를 갖춘 유형자산에 비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 적어도 ‘자산’에는 속하게 됐다는 점에서 과세 기준이 명확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암호화폐에 부가가치세 대신 소득세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법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 차원의 암호화폐 시장기준 마련은 더욱 더뎌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제도권에서 관리하려면 시장이 '예측가능성'을 갖출 정도로 안정화가 되어야 하고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는 범위내에 있어야 하는데,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이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홍콩 정부가 암호화폐를 인허가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제도권으로 편입시켰지만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암호화폐를 인허가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 역시 현 상황에선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을 통해 "자금세탁방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신고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암호화폐의 제도권 금융 편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외의 이유로는 해시레이트 급감을 보는 견해도 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네트워크 파워인 해시레이트가 비트코인 가격 하락 즈음해서 급감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비트코인 등 PoW 방식의 블록체인이 얼마나 보안이 강하느냐는 채굴자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 일종의 네트워크 파워로 결정되는데, 네트워크파워가 해시레이트이다.

연산처리능력을 측정하는 단위인 해시레이트가 높아지면 연산량이 많아지고 더 빠른 채굴이 가능해 채굴 난이도가 높아졌고, 대개 비트코인 해시레이트가 증가함에 따라 비트코인 프로토콜의 보안이 강화되고 가격도 상승해 왔다. 그런데 새벽 가격 하락 즈음해서 비트코인 해시레이트가 4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마켓 데이터 플랫폼 코인댄스에 따르면, 전날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는 9800만TH/S에서 5770만TH/s로 40% 가량 급감해 비트코인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하락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근 2년사이 최대 하락폭으로 기록었고 해시레이트는 계속 하락 추세였다.

또한 중국 국경절 연휴가 하락의 원인이라는 견해도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중국 명절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는데 메이저 거래소와 대부분의 채굴장등이 중국에 위치하여 큰손들도 다수 분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국경절은 7~10일간 연휴이니데, 이때 자금 수요가 많아 암호화폐를 많이 매도하는 중국인들이 가격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중국의 설날인 춘절과 건국일인 국경절 초반에 하락이 시작되어 명절 중후반에 상승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패턴을 많이 보였다.

그럼 이번 비트코인 폭락 장세 향후 비트코인 가격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 비트코인 가격 전망과 관련해, 유명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조쉬 레이거(Josh Rager)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이 현재의 8,800달러의 저항선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쉽게 7,000달러 초반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트레이딩뷰(TradingView) 애널리스트인 크립토불렛(CryptoBullet)은 프랙탈 분석(이전 가격 흐름을 활용해 향후 움직임을 예측하는 방법)을 통해 "2017년과 2019년 비트코인 차트의 유사성이 발견된다"면서 "만약 역사가 반복된다면 비트코인은 빠르게 반등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인 마이클 골드스테인(Michael Goldstein)은 수년간 비트코인(BTC) 가격을 상당히 정확하게 추적해 온 주요 지수 중 하나인 플랜비(PlanB)의 스톡 투 플로우(Stock-to-Flow, S2F) 모델을 근거로 "내년 5월 반감기(블록 보상 감소)까지의 평균 비트코인 가격이 8,285달러"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가격이 300만원대로 떨어졌던 지난해의 악몽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광풍이 불던 지난해 1월 2500만원까지 찍고 이후 하락세를 겪다 지난해 말 300만원대까지 추락했었다. 이후 올해 4월부터 반등해 1000만원 고지를 다시 점령하고 1400만원대까지 올랐다가 주춤한 상태였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하락장이 지속될 경우 거래소는 물론 암호화폐를 보유한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어려워져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는 빙하기가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암호화폐 커뮤니티 등에서는 시장 전망을 두고 엇갈린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대하락장에 들어섰다", "암호화폐 거품 빠진다" 등 하락장을 예상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공포에 사야한다", "반등한다. 존버가 승리한다" 등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장인수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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